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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 옆을 지나가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의 사람들, 유달리 더 까매 보이는 하늘. 그 모든 것들을 눈에 담는 경수의 얼굴이 밝았다. 그런 경수를 보는 찬열의 얼굴은 더없이 행복해 보였고.

 

 

현재 둘은 뉴욕의 밤거릴 걷고 있었다. 연애 시절부터 경수가 그렇게나 입에 달고 살던 뉴욕으로의 배낭여행. 찬열이 결혼 전 신혼여행으론 어디에 가고 싶냐 물을 때마다 경수의 대답은 같았다. 뉴욕. 뭔 신혼여행을 뉴욕으로 가냐는 주위의 구박에도 경수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시종일관 뉴욕. 그것도 배낭여행. 대나무 같은 경수의 뉴욕 의지에 찬열은 결국 백기를 들었더랜다. 까짓 거, 사랑하는 도경수가 뉴욕에 배낭여행을 그렇게도 가고 싶다는데 남편(?)이 그거 하나 못 들어줄까 하는 마음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둘은 식이 끝나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미리 예약해놓은 비행기를 타고 뉴욕으로 떠났다. 하지만 도착했을 땐 새벽이었다. 동이 틀 쯤 도착한 탓에 갈 곳도 없고, 결혼식 준비로 인해 많이 지쳐있었기에 잠을 잘 수 있는 곳에 들어가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다. 그리고 눈을 떴다. 몇 시? 7시. 밤 7시. 눈을 떠 시간을 확인하고 열두 시간 정도를 내리 잤다는 것에 충격을 먹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정적을 깬 경수는 말했다. 배고파. 머리는 까치집을 해선 중얼거리는 경수가 마냥 귀여워, 찬열은 그런 경수를 냅다 안고 다시 누워버렸다. 배고픔과 갑갑함에 발버둥도 쳤지만 누가 그랬던가. 잠은 잘수록 더 오는 것이라고. 푹신한 침대와 찬열의 품에 결국 경수는 다시 꿈나라로 향했다. 찬열 역시. 잠귀신이라도 붙은 듯한 커플이 눈을 떴을 땐 두 시간이 더 지난 때였다. 축축 처지는 몸 때문에 일어나기가 힘들었으나 배고픔엔 장사가 없는지 간단한 짐만 챙겨 숙소를 나섰다. 경수는 제 배낭을, 찬열은 기타를.

 

 

밤거리는 한국이나 뉴욕이나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경수는 뭐가 그리도 신기한지 이리저리 두리번거리기 바빴다. 찬열은 뉴욕 대신 경수를 더 쳐다보기 바빴고 말이다.

 

 

 

 

“와 진짜 너무 예뻐... 불빛 반짝거리는 것 좀 봐, 찬열아.”

“응 진짜 예쁘다.”

 

 

 

우와, 우와- 하며 감탄사만 내뱉던 경수가 별안간 찬열을 돌아보았다. 눈이 딱, 마주쳤다.

 

 

 

“너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지?”

“응. 그으럼.”

 

 

 

고개를 갸웃한 경수가 더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작게 고개 젓곤 찬열의 손을 잡고 앞서 걸었다. 이러나 저러나 얼굴에서 미소가 떠날 줄 모르던 찬열 역시 걸음을 빨리해 경수와 발을 맞췄다.

 

잘 보고 있지 당연히. 예쁜 내 거 잘 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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