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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네가 찍어달라면서어어~!!!”

“그래 붙어봐라 좀.”

 

 

 

예식장에서도 어김없이 종대의 찡찡거림과 백현의 나무람이 들려왔다. 왜냐하면 오늘을 빠짐없이 동영상에 담아달라는 찬열의 요구를 자신들은 성실히 이행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이 쭈뼛거리며 어색하게 굴어서. 너네 오늘만 보고 안 볼 사이냐? 하루살이야?? 캠코더를 들고 있는 백현이 방방거렸다. 그리고 옆에선 종대가 또다시 찡찡. 나 배고프다고오오- 두 사람은 자신들의 목소리와 카메라를 흔들고 있는 모든 것들이 동영상에 담기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나 하는 것인지... 어쨌든, 두 사람의 재촉 아닌 재촉에 찬열이 성큼성큼 경수에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 모습을 흥미롭게 찍고 있는 백현이 찬열의 움직임을 따라 경수의 앞에서 멈추었다. 찬열이 조심스레 경수의 턱을 잡았고, 서서히 다가갔다. 자연스레 경수의 눈이 감기고, 입술끼리 닿기도 전에 입을 벌리고...?

 

 

 

 

 

 

 

 

 

 

 

 

 

 

 

 

 

 

 

 

 

 

 

 

 

 

 

 

 

 

 

“이야 이 커플 완전 성인용이네.”

“맞아. 입부터 벌리는 것 봐.”

 

 

 

역시 백현과 종대는 자신들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는다고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곤 방통위에서 나왔다며 손으로 렌즈 앞을 불쑥. 너네 둘 너무 십구금스러워서 이거 방송 못해.

 

 

 

“맞아 좀 순수한 버전으로 해봐. 그건 나중에 밤에 하구.”

 

 

 

어떻게든 둘을 놀려먹겠단 심산인지 백현과 종대의 쿵짝이 딱 맞아떨어졌다. 물론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 지금은 더. 둘의 놀림에 경수가 세모눈을 하고 흘겨봤지만 지금 둘에겐 무서울 게 없었다. 제3자가 봤을 때, 백현이 앞서 말한 하루살이는 백현과 종대를 가리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어쨌든 일단은 이 둘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찬열은 경수의 눈치만 살폈고, 백현과 종대는 흥미진진했으며, 경수는 입을 삐죽거리다가... 찬열의 목에 제 팔을 두르고 그 입술에 제 입술을 맞댔다. 깝죽이 둘의 요구대로 순수하게. 지그시 눈을 감고 말랑한 입술끼리 맞대고 있다가, 이제 됐냐고 할 심산으로 입술을 떼었는데,

 

 

 

“아 박찬열 때문에 또 십구금이야.”

 

 

 

정말 아쉽다는 듯 탄식이 들려왔다. 경수는 그저 눈을 깜빡였다. 자신은 분명 얼굴을 뗐는데 왜 찬열이 제 눈앞에 이리 가까이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기 무섭게 입술을 가르고 들어오는 무엇. 그 어떤 때보다 찬열이 집중하는 게 지금이라는 것을 아는 경수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하여튼, 박찬열.

 

결국 순수버전을 얻는 것은 실패로 돌아가서 백현이 호들갑을 떨며 렌즈 앞으로 제 손을 들이댔다. 손 탓에 어두웠다가, 입 맞춘 두 사람을 비췄다가를 반복하던 화면이 끝내 완전히 어두워졌다. 화면이 어두워지기 전, 입술을 맞댄 두 사람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찬열이나 경수 할 것 없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 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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