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사실 찬열이 오늘 경수에게 좀 기다려 달라 말한 건 반지 때문이었다. 프러포즈까지 한데다가 곧 결혼까지 할 사인데 반지 하나 없는 건 너무하니까. 그리고 틀어진 제 계획에 대해 사과 겸 변명이나 하려고 감동적인 말도 준비해왔는데 말이다. 찬열은 반지와 함께 경수에게 프러포즈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망할 놈의 회사가 야근이라는 명목 하에 저를 놓아주지 않아 반지를 찾으러 가지도 못하고 무작정 프러포즈부터 해버린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급했다. 경수가 저를 좋아하는 것도, 제가 경수를 좋아하는 것도 다 아는데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것 마냥 불안했던 것이다. 예뻐 죽겠는 도경수를 누가 채갈 새라 안절부절 못한 것도 있었고.

 

급하고 불안한 마음 탓에 프러포즈는 엉망이었다. 준비했던 멘트는 다 꼬이고, 얼굴이 빨개진 것은 물론이고 무작정 경수에게 입 맞춘 것까지. 하지만 그래도 경수는 웃었다. 찬열과 똑같이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곤 환하게. 볼에 뽀뽀도 해주고 말이다. 마치 첫 데이트 때처럼 서로 쑥스러워 얼굴을 붉히던 그때가 떠올라 찬열이 베시시 웃었다.

 

색색거리며 꿈나라에 가있는 경수에게 얼굴을 가까이 한 찬열이 침대에 제 턱을 괴었다. 그러다 손을 뻗어 살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머리칼이 금세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한참을 그렇게 경수의 얼굴만 보던 찬열이 그제야 제 본 목적이 생각난 것인지 아! 하고 소리를 죽여 입을 열었다가 들고 들어온 작고 네모난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열자 나온 것은 은색의 반지. 내가 이 반지 찾으러 가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넌 모를걸. 눈물 젖은 반지가 따로 없다며 속으로 흐느끼던 찬열이 조심스레 그 반지를 빼냈다. 그리곤 이불 위에 있는 경수의 손을 잡고 끼워주었다. 왼쪽 네 번째 손가락. 경수의 손가락에 쏙 들어가는 반지에 만족스런 웃음을 지은 찬열이 제 왼손을 포갰다. 서로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가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참 좋았다.

 

 

 

 

 

 

 

 

 

 

 

 

 

 

 

 

 

 

 

 

 

 

 

 

 

 

 

 

“이제 너 진짜 나한테 코 꿰인 거야, 도경수. 내가 막 집착도 할 거고, 너한테 전화도 자주 많이 할 거고, 주말에 장도 같이 보러 갈 거고, 아침에 일어나서 네 얼굴 보이면 꽉 안아줄 거야.”

“......”

“앞으론 더 잘할게.”

“......”

“사랑해, ...여보야.”

 

 

 

낮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하던 찬열이 마지막 말을 하곤 제 몸을 배배 꼬았다. 손발이 오글거리면서도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게 참을 수가 없는 느낌이었다. 자고 있는 경수를 앞에 두고 있어도 미리 준비했던 근사한 말을 하는 것을 실패했지만, 그래도 마냥 좋았다. 경수의 옆에 제가 있고, 제 옆에 경수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좋았다.

 

그냥 네가 너무 좋아 경수야. 그냥 좋은 게 제일 좋은 거래. 그냥 너무 너무 너무! 네가 좋아.

bottom of page